화창한 하늘 아래

Am Fenster by City

Music2006. 8. 31. 17:35

가을과 함께 생각나는 그룹 City


그룹 City는 Anton(Toni) Krahl(보컬, 기타), Klaus Selmke(드럼), Fritz Puppel(기타) 이렇게 세 명의 독일인(구 동독인)이 불가리아인 Georgi Gogow(베이스 기타, 바이올린)와 함께 만든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이다. (혹은 아트락 그룹을 분류하는 매니아들도 있다.)


City는 1978년 데뷔 음반인 'Am Fenster'를 발표했다. 이 음반에는 동명 타이틀곡인 'Am Fenster'가 수록되어 있으며, 이 곡은 17분 40초의 매우 긴 곡임에도 결코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곡이다.

요즘은 디지털화된 CD로만(대부분 mp3파일로) 들을 수 있지만, 전에는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어서 감상하곤 했다. 장작불 타는 소리와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알맞게 섞여 들려오는 바이올린, 기타, 드럼 소리에 멍한 시선으로 짙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곤 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처음 이 곡을 접한 것은 FM 음악전문 프로그램이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로 기억된다.) 처음 들었을 때의 그 신선함은 아직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시기 방송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락을 한참 소개하곤 했다. 통상 라디오 방송에서 5분이 넘어가는 곡을 틀어 주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아무리 프로그레시브 음악들이 대부분 긴 곡들이지만, 10분이 훌쩍 넘어가는 무척이나 긴 이곡을 들려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방송에서 5분내외의 곡만 들려주는 것은 아마 광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Am Fenster'는 '창가에서'라고 번역이 되는데,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I   : Traum, Composed By - Georgi Gogow
Part II  : Tagtraum, Composed By - Georgi Gogow
Part III : Am Fenster, Composed By - City, Lyrics By - Hildegard Maria Rauchfuß

첫 파트는 바이올린의 독주로 시작되는데, 흡사 흥겨운 저녁 만찬 파티를 연상시킨다. 시간이 갈수록 격렬히 커져가는 바이올린과 기타 소리는 마치 절정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의 군무를 보는 듯 하다.

그러다, 갑자기 뚝. 소리가 그치며 두번째 파트인 새벽이 찾아온다. 커텐을 열여 제치는 소리, 굴러다니던 기타가 발에 걸려 나뒹구는 소리, 전날 저녁 광란의 파티 잔해들이 밟히는 소리 등이 들린다. 커텐과 창문이 열리고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들려온다. '레-미-파-미-미-레-도-레'. 교회 종소리로만 단순하게 반복되는 소리에 한 사내가 기타를 들고 교회 종소리에 맞게 기타를 퉁겨본다. 그리고 휘바람소리로 음을 맞추고, 기타 코드를 짚어 리듬을 맞춘다.

그리고는 다시 세번째 파트가 바이올린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교회 종소리음을 기본 소절로 기타, 드럼, 바이올린이 어울려 다양하게 소절들이 변화하면서 연주가 계속된다.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때론 격렬하게 때론 서정적으로.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긴 여정을 마치듯 바이올린이 여운을 끌며 아쉬움을 뒤로 한채 곡이 끝난다.

매년 가을이면 이 곡을 진하게 듣고 싶다. 누군가에게 같이 들어보자고 권하고는 싶지만 감히 17분 40초 동안 그 사람이 진득하게 들어 줄 지 자신이 없다.

Am Fenster by City

Einmal wissen dieses bleibt für immer
ist nicht Rausch der schon die Nacht verklagt
ist nicht Farbenschmelz noch Kerzenschimmer
Von dem Grau des Morgens längst verjagt

이것이 영원히 남아있을 거라는 걸 한번 아는 일은
이미 밤을 잊게 만든 마약과 같은 것도 아니네
그건 색채의 (아름다운) 혼합과 같은 것도 아니며
새벽의 어스름을 이미 쫓아버린 흔들리는 촛불도 아니네

Einmal fassen tief im Blute fühlen
Dies ist mein und es ist nur durch Dich
Nicht die Stirne mehr am Fenster kühlen
Dran ein Nebel schwer vorüber strich

핏속 깊숙히 느껴지는 것을 한번 만져보는 일
이건 나의 것 그리고 단지 너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
그건 이마를 창에 대고 식히는 느낌도 아니네
안개가 무겁게 지나가는 것같은 느낌.

Einmal fassen tief im Blute fühlen
Dies ist mein und es ist nur durch Dich
Klagt ein Vogel ach auch mein Gefieder
Näßt der Regen flieg ich durch die Welt

핏속 깊숙히 느껴지는 것을 한번 만져보는 일
이건 나의 것 그리고 단지 너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는 일
새가 탄식하고 나의 날개도 탄식하네
이슬비가 내리고 나는 세상을 날아가네.

가사 출처 : LOSER’s Hideout -
http://loser.miniwini.com/wp/archives/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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