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하늘 아래

삼국지 게임과 웹2.0

IT2006. 10. 25. 17:41

KOEI사에서 만든 삼국지2를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은 아직 잊을 수 없다. 

A드라이브에 디스켓을 넣고 시작 명령어를 입력하면 나오는 용과 호랑이가 있는 첫화면.



컬러로 된 컨텐츠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지금 보면 조잡한 그림이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그래픽이었다.

주중엔 숱한 밤을 새우고 주말에는 관우,장비,조운와 함께 하우연,하우돈,하우은을 격파하고 다음에는 여몽, 주유 차례야 라는 전략을 만들곤 했다. 삼국지2 이후에 여러버전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3편이 더 낫다 5편이 더 좋다 하지만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일까 2편에서 받았던 감동과 느낌들은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역시, 단순한 것이 더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20년 가까이 오래된 고전게임이지만 요즘 말하는 웹2.0 개념이 이미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생산형,군사형 또는 전권위임 등의 옵션이 있는 위임이라는 명령은 UCC에 해당되지 않을까? 태수가 스스로 알아서 컨텐츠(금,쌀)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기능은 UCC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된다. 


그럼 RSS는 어디에 해당될까? 게임을 하다보면 18국에서 하우패가 등장했다라는 메세지가 나온다. 또한 장수의 별이 떨어지면서 황충에게 흉조가 나타났다, 27국에서 메뚜기떼가 나타났다, 33국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했다 등의 메세지를 보내주는 것이 RSS 기능일 것 같다. 그러나, 사마의나 제갈량 등 꼭 부하로 삼고 싶은 장수들이 상대방 나라에 나타났다고 알려주지는 않는다. 알려 주었으면 얼른 데려 올 수 있었을 텐데. 또한, 군사조언이나 소문 기능도 RSS 영역에 넣고 싶다.


Personalization? 게임을 시작할 때 신군주로 시작하면 군주의 능력치를 어느 정도까지는 조정 가능하다. 그러나 나머지 장수들의 능력치를 조정하는 것은 몇개 없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와 군사가 있는 경우 책을 주어 지력을 높이는 방법뿐이다. 개인화 기능은 조금 약한 듯 싶다. 하긴 장수들 능력치를 게이머 마음대로 조정하면 정말 슈~퍼 울트라 초 강대국을 만들지 않을까?


Reputation. 군주의 신뢰도가 높으면 부하 장수들의 충성도가 거의 낮아지지 않는다. 또한 매력치가 높은 장수들은 상대방을 데려오는데 밀사로 활용하면 매우 유리하다. 역시 평판이 좋아야 한다.


Long Tail. 게임을 하다보면 매력, 전투력, 지력 등이 중간이거나 그 이하인 고만 고만한 장수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장수들도 모아 놓으면 꽤 쓸모 있다. 한 20명 쯤 모아 놓으면 안량,서황,허저,방덕,마초 이렇게 전투력 빵빵한 장수 5명이 처들어와도 끄떡없다.


집단지성. 이 개념은 삼국지 게임에 좀 부족한 것 같다. 제갈량, 사마의, 방통, 서서 이렇게 4명을 모아 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상만 해도 흐믓.


Tagging. 이 개념도 삼국지 게임에 부족한 듯 싶다. 각 장수들을 정렬하는 방법은 있지만 장수들을 그룹핑하는 방법이 없다. 매력치 높은 장수들은 '정치', 무력치 높은 장수들은 '전쟁', 지력이 높은 장수들은 '개발'. 이렇게 꼬리표를 달아 놓고 이쪽 나라에서 저쪽 나라로 몰고 다니면 재미있지 않을까?


게임 속 세계도 생태계라고 생각된다. 게임 속에 몰입하면 게임 속 세계에도 애환이 존재한다. 애써 달래서 데려 왔던 여몽을 다시 조조에게 빼았겼을 때의 허탈함. 겨우 겨우 살만하니까 다른 나라가 처들어와서 빈 나라로 쫓겨 갈 때의 허망함.


웹도 물론 생태계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슬픔을 느낀다. 그런 면에서 웹 생태계에 나타나는 개념들이 이미 그 이전 부터 게임 생태계에 존재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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